이효석의 소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책 속으로
붉은 수건으로 머리를 싸고 기타의 줄을 은은히 울리는 사-샤의 목가적 자태를 볼 때에 그가 낮 동안에 부두에 나와 바닷바람을 쏘여 가면서 새로 닻 내린 배에 올라 정신없이 무엇을 적으면서 선객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취조하는 해상 국구 보안부의 여서기인 줄야 누가 첫눈에 짐작할 수 있으랴. 그리고 그가 몇해 전에 모스크바에 있을 때에 열렬한 콤사몰카의 한 사람으로 낮 동안에는 회관에서 일 보고 밤에는 또한 동무들과 혁명사 강의를 들으러 다니던 그 사-샤일 줄야 누가 짐작하랴. 혁명에 오빠와 어머니를 잃은 사-샤는 모스크바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보던 그때에도 외로이 떨어져 있는 늙은 아버지를 지극히 사랑하였던 끝에 마침내 도읍을 떠나 동쪽 항구까지 멀리 아버지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여서기로서 바쁜 일을 보아 가면서도 아버지를 위하여 그가 경영하는 카페를 또한 도와 나가던 것이다. 낮에는 바쁘게 휘돌아치면서도 밤에는 수많은 노동자와 선원들을 상대로 목가와 기쁨에 취하는 이 두 가지의 생활을 사-샤는 가장 자유롭고 양기롭게 해나갔던 것이다.
--- “북국사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