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한 구절(句節)
채만식이 1940년 〈女性[여성] 제 5권 5호∼12호, 7회∼10회에 발표한 소설. 마무리하지 못하고 미완의 작품으로 남겼다.
책 속으로-
꽃은 좋았어도, 그러나 비바람 많고 노 운하 자욱하여 한갓 개운한 맛이 덜하던 4월의 봄 한철은 어느덧 창경원의 그 번화하고도 어수선스러운 야앵 분배와 함께 마지막 다 지나고 시방은 5월……
씻은 듯 닦은 듯 터분하던 것이 말끔하니 죄다 가시고 나서, 저 커다랗게 머리 위에서 너그러이 홍예(虹霓)를 기울인 정갈한 창공이, 아낌없이 내리는 살진 햇살이, 내리는 햇살을 제물에 날을 삼아 결 보드랍게 대기를 비단짜며 있는 올올의 미풍이, 싱싱한 신록이, 이 모두가 한 가지로 맑고 쇄려만 하여, 계절은 바야흐로 새 정신이 들고 느끼느니 두루 상쾌한 그 5월이던 것이다.
마침 일요일의,학교를 쉬는 한가로움이있었다.
아침나절은 훨씬 겨웠고 오정이 가까운 거진 한낮……
소진(昭珍)은 거처하는 건넌방 툇마루 앞 대뜰로 내다논 등의자에 가 무릎을 도사리고 올라앉아, 하마 따가운 햇볕을 폭신 쪼이면서 이내, 지붕 너머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느라 마음 매인 데 없이 언제까지고 세월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