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자 :데이비드 에드먼즈
  • 출판사 :이마
  • 출판년 :2018-03-05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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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사유 실험은 왜 중요한가



다섯 사람이 철로에 꽁꽁 묶여 있고 제동장치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가 돌진해 오고 있다. 신호 조종기를 돌려 기차를 지선으로 보내려는 찰나 뚱뚱한 남자가 지선의 선로에 묶여 있는 것이 보인다. 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차의 진로를 바꾸면 그는 죽는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낙태와 태아의 도덕적 지위를 다룬 14쪽짜리 논문(필리파 풋,「낙태 문제와 이중 효과의 원리」)에서 시작된 이 트롤리 사유 실험은 딜레마로 가득한 현실에서 도덕적 직관과 윤리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 등의 철학서와 팟캐스트〈철학 한입〉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중 철학자 데이비드 에드먼즈(David Edmonds)는 이 사유 실험이 윤리철학적 공상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일상은 물론 역사적으로 중요한 선택에도 적용되었음을 보여 준다. 윈스턴 처칠, 미국 24대 대통령 클리블랜드, 독일의 유괴범, 인육을 먹은 19세기의 선원 등 이 책에 나오는 흥미로운 일화가 그 사례다. 또한 철학(윤리학) 말고도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다른 분야의 학문(인식론, 윤리학, 형이상학 등 철학의 하위 분과와 심리학, 경제학, 인지과학, 신경생리학 등)에서 최근에 거둔 성과들을 한데 모아 한 권의 책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 책은 트롤리 실험의 다양한 변주를 제시하고 중요한 연구 결과와 관점을 적용하여 삶과 죽음, 개인과 집단, 의도와 선택, 공공성과 정의 등의 윤리적 문제들을 쉽게 풀어 나간다.





철학의 종과 횡, 안과 밖을 꿰뚫다: 아퀴나스부터 실험철학까지, 윤리학에서 신경과학까지

선로에 묶인 한 남자, 윤리와 정의의 방아쇠를 당기다



‘트롤리학(trolleyology)’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유명해진 이 사유 실험은 철학자들의 관념적 유희라거나 인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철학적 난제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한 명을 살릴지 다섯 명을 살릴지 선택을 하는 것과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죽이는 선택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와 같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요소를 지닌 트롤리 문제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윤리적 관점과 방법론을 포괄한다.



-의도적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타인의 목숨을 뺏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방어가 목적이라면 살인이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이중 효과의 원리, 토마스 아퀴나스로부터 출발하여 전쟁 옹호의 주요 논리로도 사용됨).

-인격체는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대우받아서는 안 되며 살인이나 고문 등은 어떤 상황에서도 금지되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도덕이 존재한다(이마누엘 칸트).

-‘숫자’가 최우선의 조건이므로 행위의 의도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벤담의 공리주의).

-어떤 행위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차이가 있는가(피터 싱어).

-행위의 의도는 도덕적으로 의미가 있는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프랜시스 캠, 토머스 네이글).

-선택을 결정짓는 다양한 변인(성별, 인종, 종교, 인구통계학적 요인 등)에 따른 실험 데이터를 수집하여 일상적 직관을 해체한다(실험철학X-phi).





도덕 본능은 타고나는 것인가: 트롤리 사유 실험의 놀라운 확장



트롤리 문제에 대한 철학 외부의 관점과 방법론을 차용한 여러 분과의 연구는 인간의 도덕 본능의 근원과 행위를 결정하는 요인을 밝혀내고 있다. 인간의 행위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감정이며(조너선 하이트), 도덕적 딜레마를 처리할 때는 계산이 앞서야 한다거나(조슈아 그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나 도덕적 행위를 가져오는 요인이 이성이 아니라 상황이다(콰메 앤서니 애피아) 등의 사회심리학/인지심리학적 관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에 착안하여 이를 작동시키고 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연구(신경생리학 등)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인간의 이타성이나 정의감을 어느 정도는 본유적인 것으로 보고 있고, 나쁜 선택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도 다소 인정하는 것이다. 뇌의 관련 부위를 조작하는 특정한 신경생리학적 실험이나 관련 호르몬을 투여 또는 제거하는 연구 등 윤리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연구들도 트롤리 사유 실험이 확장된 것이다. 따라서 자연과학 등에서 밝혀내고 있는, 윤리적인 판단과 행위를 결정하거나 제어하는 기제들은 (과학 기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는 한에서) 도덕적 개선을 위해서도 더 진전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트롤리,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사례 1 1944년 6월 13일 새벽 4시 13분, 런던 남동쪽 양상추 밭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미 5년간 전쟁을 치러 온 영국의 처칠 행정부는 이를 기점으로 인구 밀집 지역 대신 거주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런던 남부 지역에 폭탄이 떨어지도록 독일군 로켓의 오인 폭격을 유도하기 위해 이중간첩들을 동원하여 공작을 벌였다. 이를 통해 인명, 재산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사례 2 1884년 7월 25일 더들리 선장은 선실 보이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가 나중에는 먹기 시작했다. 몇 달 후 그는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다 식량이 떨어지자 다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몸이 가장 약한 선실 보이를 살해해서 먹었다는 점이 참작되어 동료와 함께 6개월 징역형으로 감형되었다.



첫 번째 사례에서 처칠 행정부의 선택은 최소 1만 명 이상의 인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 것인가를 정치인이 결정하는 이 같은 사례는 전시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자기방어를 위해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다수를 위해 소수는 희생되어도 좋은가 등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현실 세계로 나온 트롤리 문제는 개인이 자신의 도덕적 직관에 의해 또는 여러 비합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하는 수많은 일상적 선택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는 다수결의 원칙이나 목적과 수단의 상관관계, 개인과 집단의 문제, 사회 정의와 정책 결정의 공정성 문제까지 흔히 부딪히는 도덕적 딜레마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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